본문 바로가기

요가 철학과 해부학

요가 철학의 윤리 규범 ‘야마 & 니야마’의 현대 해석

21세기 삶 속에 살아 있는 요가의 도덕적 지침들

요가

요가는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삶의 태도다

많은 사람들이 요가를 유연성과 근육 이완을 위한 신체 운동으로 인식하지만, 요가의 본질은 ‘삶의 태도’에 더 가까운 철학적 수련이다. 고대 인도 철학서 《요가 수트라》에서는 아사나(자세)보다 먼저, 인간이 살아가며 지켜야 할 도덕적 원칙인 야마(Yama)와 니야마(Niyama)를 소개하고 있다.
야마와 니야마는 요가의 여덟 단계(아쉬탕가 요가)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로, ‘무엇을 하지 말 것인가’(야마)와 ‘무엇을 실천할 것인가’(니야마)를 말한다.
이 두 원칙은 단순히 도덕 교과서처럼 읽히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 속에서도 깊은 울림과 실천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야마와 니야마 각각의 의미를 현대적인 사례 중심으로 재해석하여,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어떻게 이 철학을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요가 명상

 

야마(Yama): 하지 말아야 할 5가지 – 현대인의 '내면 자정 원칙'

야마는 사회적 관계에서 지켜야 할 윤리 규범으로, 다섯 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① 아힘사(Ahimsa) – 비폭력

현대에서는 물리적 폭력보다 언어적 폭력, 감정적 공격이 더 흔하다. 예를 들어, SNS에서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뒷담화를 하는 것은 현대판 ‘폭력’이다. 아힘사는 이런 소통 방식에서도 의식적인 비폭력 선택을 요구한다.
→ 사례: 회사 내에서 팀원이 실수했을 때 감정적으로 몰아붙이기보다는, 차분히 설명하고 기회를 주는 것이 아힘사의 실천이다.

② 사탸(Satya) – 진실성

사탸는 말과 행동의 일치, 진실을 기반으로 한 소통을 의미한다. 현대에서는 ‘거짓 없는 진실’보다 ‘과장된 마케팅’이나 ‘가짜 뉴스’가 넘쳐난다.
→ 사례: 유튜브 콘텐츠나 블로그에서 사실이 아닌 정보를 흥미 위주로 전달하는 것은 사탸에 어긋난다.

③ 아스테야(Asteya) – 도둑질하지 않기

단순히 물건을 훔치는 것만이 아니다. 타인의 시간, 아이디어, 감정 노동을 존중하지 않는 것도 ‘도둑질’이다.
→ 사례: 동료의 아이디어를 회의에서 자신의 의견인 것처럼 말하는 행위도 아스테야 위반이다.

④ 브라흐마차르야(Brahmacharya) – 절제

에너지를 바르게 사용하라는 의미다. 성에 관한 절제뿐만 아니라, 욕망의 과잉 소비, 디지털 중독, 과식도 포함된다.
→ 사례: 잠자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끼고 있는 습관을 줄이는 것도 브라흐마차르야의 실천이다.

⑤ 아파리그라하(Aparigraha) – 소유하지 않기

탐욕, 집착에서 벗어나는 태도를 말한다. 현대 소비문화에서는 ‘더 많이 가지기’가 미덕처럼 여겨지지만, 아파리그라하는 비우는 삶의 지혜를 제시한다.
→ 사례: 입지 않는 옷을 비우고, 불필요한 구독을 끊는 것도 아파리그라하 실천이다.

 

니야마(Niyama): 실천해야 할 5가지 – 스스로를 다스리는 내면 수련

니야마는 개인의 내면을 단련하는 규범으로, 자기와의 관계에서 실천해야 할 5가지 덕목이다.

 

① 샤우차(Shaucha) – 청결

단순히 몸을 깨끗이 하는 것뿐 아니라, 마음과 환경을 정화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 사례: 아침에 명상으로 마음의 먼지를 정리하거나, 정기적으로 방을 정돈하는 습관이 샤우차에 해당한다.

② 산토샤(Santosha) – 만족

현재 상태에 감사하고, 비교하지 않는 태도를 말한다. 현대인은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불만족에 시달린다.
→ 사례: SNS에서 남의 삶을 부러워하기보다, 자신의 일상 속 작은 성취에 감사하는 연습이 산토샤다.

③ 타파스(Tapas) – 규율과 의지

의미 있는 반복 행동, 훈련, 꾸준함을 의미한다. 게으름을 이겨내고 자신을 다잡는 힘이다.
→ 사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요가 수련을 계속하거나, 건강을 위한 아침 루틴을 유지하는 것이 타파스다.

④ 스바디야야(Svadhyaya) – 자기 성찰과 학습

자기 자신에 대해 배우는 태도를 말하며, 자기 관찰과 독서를 포함한다.
→ 사례: 매일 일기를 쓰며 감정을 돌아보거나, 철학서 한 권을 정독하는 것도 스바디야야의 한 방식이다.

⑤ 이쉬와라 프라니다나(Ishwarapranidhana) – 신에게 맡김

삶을 통제하려는 집착을 내려놓고, 더 큰 흐름에 자신을 맡기는 태도다. 꼭 종교적인 개념이 아니라, 겸손과 수용의 자세로도 해석할 수 있다.
→ 사례: 실패를 받아들이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도 이쉬와라 프라니다나다.

 

야마와 니야마, 기업 문화와 사회 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 윤리 규범은 개인의 도덕성뿐 아니라, 조직문화와 사회 시스템에도 적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아힘사와 사탸를 기업의 소통 원칙으로 삼는다면, 수직적 구조에서 생기는 언어 폭력이나 무책임한 회의 문화를 줄일 수 있다.
또한 타파스와 스바디야야는 자기계발 문화, 산토샤는 워라밸 강화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 사례: 어떤 스타트업은 전 직원이 아침마다 10분 동안 명상과 감사 일기를 쓰고 공유하는 문화를 통해 스트레스 지수를 낮췄고, 팀워크가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 또 다른 기업은 브라흐마차르야 철학을 반영하여 ‘디지털 디톡스 데이’를 정하고, 그날은 회의도 이메일도 최소화하여 집중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야마와 니야마는 요가 매트 밖에서 진짜 시작된다

 

야마와 니야마는 단순한 도덕 지침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한 내적 수련이다.
이 원칙은 요가 매트 위에서 시작되지만, 매트를 벗어난 삶 속에서 진정한 수련이 이루어진다.
현대 사회는 속도와 경쟁을 강조하지만, 요가 철학은 자기 절제, 진실성, 내면의 평화를 통해 진정한 균형을 찾도록 이끈다.

누구나 완벽하게 실천하긴 어렵지만, 하루에 하나씩만 의식적으로 적용해도 삶의 질과 인간관계, 자존감이 놀라울 정도로 달라질 수 있다.
야마와 니야마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나답게 살아가는 법’에 대한 가장 오래된 안내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