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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철학과 해부학

요가에서의 ‘마음(Chitta)’ 개념과 현대 심리치료 비교

고대의 철학과 현대의 심리학이 만나는 지점

많은 사람들은 요가를 단순한 스트레칭이나 명상 수련 정도로 인식하지만, 요가의 뿌리는 사실 깊은 철학에 닿아 있다. 특히 요가 철학에서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마음(Chitta)’를 다룬다.

마음이란 단어는 흔히 감정이나 생각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요가에서 말하는 Chitta는 훨씬 더 복합적이고 심층적인 개념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고대 인도 철학의 개념들이 오늘날의 심리치료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지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신 건강이 사회적 화두가 된 지금, 요가 철학의 관점에서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를 현대 심리치료의 구조와 비교해보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다. 

이 글에서는 요가 수트라에서 말하는 Chitta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그것이 현대 심리학의 어떤 원리와 유사하게 작용하는지를 살펴본다.

요가 철학에서 ‘Chitta’의 구성 요소와 역할

요가 수트라에서 말하는 ‘Chitta’는 단순한 감정의 흐름이나 생각의 집합이 아니다. 이는 인간의 내면 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정신적 구조로, 총 세 가지 하위 요소로 나누어 설명된다.

첫 번째는 ‘마나스(Manas)’로, 외부 자극에 대한 감각적 인식을 담당한다. 시각, 청각, 촉각 등의 감각을 받아들이고, 이 정보를 초기에 판단하는 기능을 한다. 두 번째는 ‘아함카라(Ahamkara)’이며, 이것은 자아의식 또는 에고를 말한다.

인간은 ‘내가 누구인지’를 인식할 때 이 아함카라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형성한다. 마지막으로 ‘붓디(Buddhi)’는 이성과 직관, 판단력에 해당하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결정짓는 고차원의 인지 기능이다.

이 세 가지가 결합되어 인간의 Chitta를 구성하며, 요가 철학에서는 Chitta가 혼탁해질수록 삶이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워진다고 본다. 결국 요가 수행의 핵심은 이 Chitta를 맑게 하고, 마음의 물결을 잔잔하게 만드는 데 있다.

현대 심리치료에서의 마음 구조와 기능적 유사성

현대 심리학에서도 인간의 마음은 여러 층위로 구성된 복합적 체계로 설명된다. 예를 들어, 인지행동치료(CBT)에서는 감각적 입력 → 자동적 사고 → 감정 반응 → 행동이라는 일련의 심리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이는 요가 철학의 Manas–Ahamkara–Buddhi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Manas가 감각 자극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CBT에서는 사건에 대한 ‘지각’이 첫 출발점이 된다. 이어서 아함카라는 자아와 관련된 자동적 판단, 즉 “나는 무가치하다”, “나는 실패자다” 같은 자동적 사고로 연결된다.

Buddhi는 여기서 인지 재구성을 통해 왜곡된 사고를 논리적으로 해석하거나 교정하는 과정에 해당된다. 결국 현대 심리치료 역시 Chitta의 각 요소와 상응하는 정신 작용을 전제로 하며, 인간의 고통을 인식하고 그것을 해소하는 과정을 구성하는 방식은 요가 철학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이는 고대 철학이 오늘날 정신 건강 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침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Chitta의 정화와 심리치료의 치유 과정 비교

요가 철학에서는 Chitta의 혼탁함, 즉 ‘마음의 오염’이 삶의 괴로움의 원인이라고 본다.

이 혼탁함은 과거 경험의 인상인 ‘삼스카라(Samskara)’가 Chitta에 각인되면서 생겨난다. 마치 한 번 본 공포영화의 장면이 무의식 깊이 박혀버리는 것처럼, Samskara는 끊임없이 현재를 왜곡한다.

이 개념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트라우마’ 혹은 ‘무의식적 신념 체계’와 유사하다. 심리치료에서는 환자의 고통의 근원이 과거 경험에서 형성된 왜곡된 인지 구조나 감정적 상처에 있다고 본다.

요가의 실천은 명상, 프라나야마(호흡법), 아사나(자세 수련) 등을 통해 이 Samskara를 지우고, 결국 마음의 작용을 잔잔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이와 유사하게 심리치료도 인지 재구성, 노출치료, 감정 표현 등을 통해 고통의 근원을 인식하고 정화한다. 둘 다 궁극적으로는 ‘마음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그 목적과 수단이 비슷하다.

고대 지혜와 현대 과학의 통합 가능성

요가 철학에서 말하는 Chitta 개념은 단지 종교적이거나 신비주의적인 것이 아니다. 이는 인간 심리의 깊은 구조를 설명하는 하나의 체계이며, 현대 심리치료에서 다루는 문제들과도 실질적으로 맞닿아 있다.

Manas–Ahamkara–Buddhi의 삼중 구조는 CBT, 정신역동 치료, 심층 심리학 등에서 말하는 감각–사고–판단 구조와 유사하고, Samskara는 트라우마나 무의식의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고대 인도의 요가 철학은 단지 명상과 자세를 넘어서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과 치유의 실천을 동시에 제공한다.

심리치료와 요가 철학은 서로 다른 시대와 문명에서 출발했지만, 인간의 고통과 그것을 치유하는 방식에서는 매우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앞으로 이 두 가지 접근을 통합한 새로운 정신 건강 관리법이 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현대인이 진정한 내면의 평화를 찾고자 한다면, 고대 요가 철학은 여전히 유효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요가에서의 ‘마음(Chitta)’ 개념과 현대 심리치료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