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수트라 속 ‘브리띠(Vritti)’와 현대 신경해부학의 연결성
생각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고대 요가 철학은 생각을 단순한 ‘마음의 작용’이 아니라, 의식 전체를 흔드는 진동 또는 물결로 인식했다.
《요가 수트라》 1장 2절에서 파탄잘리는 "요가는 마음의 물결(vritti)을 멈추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 말은 단지 마음을 고요하게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수천 년 전 인도 철학자들은,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생각·감정·기억·상상·욕망 등의 모든 흐름을 하나의 파동(브리띠)으로 간주하고, 이 파동이 인간의 고통과 혼란의 핵심이라고 보았다.
이 개념은 현대 신경해부학에서 관찰되는 뇌파의 흐름, 시냅스 간 전기 신호, 감정 처리 시스템 등과 놀라운 유사성을 보인다.
이 글에서는 요가수트라의 ‘브리띠’ 개념이 어떻게 현대 뇌과학, 특히 신경해부학의 뇌 활동 구조와 연결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요가를 단지 영적 수련이 아닌, 신경 시스템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훈련으로 바라보는 데 큰 통찰을 제공한다.
브리띠(Vritti): 고대 요가가 포착한 의식의 파동
요가수트라에서 브리띠는 '마음(Chitta)의 작용'으로 정의된다. 이 작용은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 지식(Pramana), 오해(Viparyaya), 상상(Vikalpa), 수면(Nidra), 기억(Smrti) — 모두 인간 내면의 정보 처리 방식을 묘사한다. 주목할 점은, 이 다섯 가지가 현재 뇌의 정보 처리 기능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식’은 대뇌 피질의 인식 기능, ‘오해’는 편도체와 감정 필터의 왜곡된 해석, ‘상상’은 전두엽의 시각화 기능, ‘수면’은 뇌간의 수면 조절 기능, ‘기억’은 해마의 장기 기억 저장 기능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처럼 브리띠는 단순한 철학적 개념이 아니라, 의식의 신경학적 작용 구조를 포괄하는 매우 정교한 모델로 해석될 수 있다. 고대 요기(Yogi)들은 이를 명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찰했고, 현재의 뇌과학은 이를 EEG(뇌파 검사)와 fMRI 기술로 시각화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 신경해부학의 뇌파와 ‘생각의 흔들림’
신경해부학은 뇌를 구성하는 수많은 부위들이 전기적, 화학적 파동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본다.
이 파동은 뇌파(Electroencephalogram: EEG)로 측정할 수 있으며, 델타(수면), 세타(명상), 알파(이완), 베타(집중), 감마(고차원 인지) 등으로 분류된다.
이 뇌파의 상태는 요가수트라에서 말하는 ‘브리띠’의 상태와 매우 흡사하다. 예를 들어,
세타파가 지배적인 상태는 상상·기억·감정이 혼재된 상태로, 이는 브리띠의 '비칼파(Vikalpa)'와 ‘스므리띠(Smrti)’에 해당될 수 있다. 반면 알파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상태는 ‘브리띠 니로다(Vritti Nirodha)’, 즉 생각의 흐름이 조용해지는 상태와 유사하다.
신경해부학적으로도 명상 중 활성화되는 두정엽, 전전두엽, 해마 등의 활동은 자기 관찰(Svadhyaya)과 내적 고요함을 느끼게 하는 핵심 영역이다. 이러한 연결점은 요가가 단지 심리적 위안이나 육체적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닌, 신경 패턴을 근본적으로 재조율하는 훈련임을 시사한다.
브리띠의 정화: 명상과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
요가철학은 브리띠를 단순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고 정화(Shuddhi)하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이 과정은 현대 신경과학에서 ‘신경 가소성’이라는 개념과 매우 닮아 있다. 신경 가소성은 뇌가 반복된 경험을 통해 구조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즉, 반복적인 명상, 호흡, 의식적 주의는 뇌의 특정 영역을 활성화하고, 그 연결을 강화한다.
요가수트라에서 강조하는 '아비야사(Abhyasa: 꾸준한 수련)'는 바로 이 신경 가소성의 뇌훈련적 해석이다. 실제 연구에서는 하루 10분 명상을 8주 이상 지속한 사람들의 해마, 전전두엽, 감정 조절 중추의 두께가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요가 명상이 브리띠의 패턴을 물리적으로 바꾸는 신경 재배선(Neural Rewiring) 작용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요가는 생각을 멈추는 기술이 아니라, 생각의 질을 바꾸는 신경학적 재훈련이며, 이는 곧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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